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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는별책부록]제14화 너는 나를 다 알지? - 꼬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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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이 많을 때는 시를 읽는다. 수많은 말 중에 어떤 말을 꺼내 놓아야 할지 모를 때도 시를 읽는다. 내 가슴을 쿵쿵 두드리는게 무엇인지 모를 때도 시를 읽는다. 그렇게 우리는 시를 읽으며 마음의 저 골짜기, 언어의 저 너머로 걸어간다. 특별한 순간은 아주 사소한 순간에 찾아온다. 너와 내가 마주앚아 서로를 바라보는 지금 이 순간. 너와 내가 따뜻한 햇살 아래에서 서로를 향해 미소 짓는 이 순간. 너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 아픔이 사라지고, 모든 순간들은 특별해진다. ​ 나는 날 담아온 은호의 오랜 시간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사랑 같은 거 못 해봐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던 내게 은호는, 내 남은 생을 아름다울 그 시간 속에 미련 없이 던지고 싶게 만든다. 은호를 사랑하면서 이제야 제대로 사랑을 배워간다. ​ "네 손은 항상 따뜻해." "누나가 항상 따뜻해지기를 바라니까." 상냥한 말. 다정한 온도. 가슴이 아릴 정도로 벅찬 너의 마음. ​ 세상 모든 것은 흘러가기 마련이고, 흘러가 드러난 빈 곳엔 또 다른 것이 움트기 마련이다. 어떤 것을 피워 낼 지는 온전히 당신의 선택에 달려있다. ​ 은호가 이렇게 미소 띤 얼굴로 가만히 나를 바라볼 때면 심장에 무언가가 돋아나는 것처럼 간지러워진다. 어리광을 부리듯 속마음을 재잘재잘 다 털어놓게만 된다. 내 속에 숨어있는 또 다른 나를 만나게 되는 너와 사랑하는 나날들. ​ 살아가다보면,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맞거나 맨발로 길 위에 서게 되는 날을 또 다시 맞닥뜨리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두렵지 않다. 이젠 헤매지 않고 곧장 달려가야 할 곳을 아니까. 항상 열려있을 나의 안식처. 나의 집. 나의 차은호가 있을 그곳. ​ 출처:  http://program.tving.com/tvn/bonusbook/19/Board/View?b_seq=16

[로맨스는 별책부록]제13화 나 때문에 마음 아팠지? - 꼬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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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싶을 때 울지 말라고 달래는 것보다 마음껏 울 수 있게 품을 내어 주는 것이 더 위로가 된다는 것. 지쳐 있을 때 힘내라는 말보다 웃음 짓게 만들어주는 게 더 힘이 된다는 것. 모두 강단이를 사랑하면서 배우게 된 내 사랑의 방식들. 돌이켜보면, 외롭다고 생각했던 나날들이 실은 외롭지 않았다. 나의 한 발짝 뒤에서 내내 함께 걸어주고 있던 네가 이었기에. 돌아보면 웃어주고, 손 내밀면 잡아주던, 네가 있었기에. 너무 당연해서 몰랐던 그 사실을  변함없이 내 뒤를 지키고 있는 은호로 인해 깨달아간다. 그 깊은 사랑에 저절로 미소 짓게 되는 나날이다.  걱정하고, 신경 쓰고, 궁금해 하고, 화를 내고... 누군가에게 감정을 쓰고 있다는 것은 마음을 조금씩 내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너와 내가, 우리가 되어가는 시간 속에 스며들어간다.  ​ 그날의 선택이 문득 못 견딜 정도로 무겁게 느껴지는 어떤 날에는,  강단이에게만은 모든 걸 털어놓고 싶었다. 오래도록 잠겨있던 내 마음을 강단이가 들여다보고,  잘 하고 있다고 다독여주었으면 싶었다.  그렇게 그 품에 안겨 마냥 잠들고 싶었던 어떤 날들이 있었다.  ​ 우리는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서로가 결코 같은 한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걸 알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사람의 행복이 내 행복이 되고 그 사람의 불행이 내 불행이 된다는 것도 알게 게 된다.  '사랑'을 한다는 것은 그렇게 참으로 묘하고 신기한 일이다.  그 놀라운 일을 우리는 매일매일 해내고 있다.  ​ 살다보면 추운 날도 있는 법이라고,  지치지 말자고, 괜찮다고... 늘 스스로를 다독여왔던 주문 같은 그 말조차 내뱉기 힘들었다.  그래서 어쩔도리 없이 눈물만 쏟아냈다. 

[로맨스는 별책부록] 제 16화 내가 너라는 책을 만나 따뜻한 위로를 받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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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는 별책부록, 로맨스는 별책부록 16화 꼬리말, 이종석, 이나영, 위하준, 로맨스는 별책부록 마지막회 우리는 모두 서가에 꽂힌 책과 같은 존재다. 누군가 발견해주기를 기다리고, 누군가 내 안을 펼쳐봐 주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그 누군가가 내 안에서 자신만의 문장을 찾아내 간직하기를 바란다. 이 회사에 들어와 '사람'을 배운다. 사람과 사람은 얽히면서 '서로'가 되어가고 '우리'가 되어간다는 것을. 다른 사람하고 상관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어쩌면, 책 만드는 건 미련한 일일지도 모른다. 정보가 쏟아지는 세상에서, 삼년 동안 글을 쓰고, 육 개월 간 오타를 찾는 사람들, 어떤 책은 겨우 백 명도 읽지 않을 걸 알면서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들, 세상이 급변하며 휘청일 때, 무너지지 않는 건 이런 사람들이 버텨주기 때문일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고독 속에서 꿋꿋이 가지를 뻗어나가는 나무들이다. 태울 듯 내리쬐는 태양과 전부를 뒤흔드는 태풍 속에서도 지지 않고 싹을 틔워내고 열매를 맺는 나무들이다. 그렇게 우리는 모두 저마다 인생이란 나이테를 깊게 새겨나가는, 아름다운 나무들이다. 어제 없었던 것을 오늘 만들어낸다는 자부심. 우리의 노력이 누군가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는 믿음. 그 믿음이 우리 삶의 원동력이 되어 생겨나는 일상의 기쁨. 한 권의 책을 만든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제대로 읽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장에 이르러서야 여태까지 읽어온 것들이 사실은 오독이었음을 깨달을 때가 있다. 다시 맨 앞장으로 돌아갔다 해도 이미 지금의 나는 처음 책을 펼쳤을 때의 나와 같아질 수 없음 또한 깨닫게 된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때는 읽히지 않던 것들이 읽힐 수 있다. 독서란 그런 것이다. 인생이란 그런 것이다. 사람은 저마다 터널을 지난다. 오랜 시간

[로맨스는 별책부록] 제15화 네가 말하지 않았어도 알았어야 했는데... 꼬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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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는 별책부록, 로맨스는 별책부록 제15화 꼬리말, 이종석, 이나영, 위하준 이 순간, 은호를 외로운 시간 속에 홀로 두었던 과거를 더 이상 후회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후회할 시간에 한 번 더 다정히 은호의 머리칼을 쓸어주고, 함께 있어주지 못했던 시간만큼 함께 있겠다고... 그 시간보다 더 길고 긴 시간을 뜨겁게 사랑하겠다고, 나는 그렇게 결심했다. 불공평한 세상에서 단 한 가지 공평한 것은 누구에게나 인생은 한 번 뿐이라는 것. 한 번 뿐인 인생을 어떤 문장들로 채워나갈 것인지는 지금 만년필을 손에 쥔 당신에게 달려있다. 더 이상 약속을 믿지 않는 세상에서 약속을 지킨다는 건, 누구도 발견해주지 않는 먼 궤도 속을 한 없이 떠도는 외로운 별이 되는 일과 같다. 그러나 별은 빛나기 마련이고, 우리는 그 순수한 빛을 통해 어두운 밤하늘을 새로운 감동으로 맞이하게 된다. 그렇게 하나 둘 별이 되어 은하수를 이루는 우리가 된다. 누군가가 나를 위해 울어준다는 것. 그 눈물을 내가 닦아줄 수 있다는 것. 그렇게 우리가 진심어린 사랑 속에 이미 들어와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 나는 지나온 모든 날들에 위로를 받았다. 두 주인공의 마음이 이어지면 '해피엔딩'이라는 이름으로 끝나는 로맨스 만화를 시시하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삶은 만화보다 더 복잡하고, 그 시시한 '해피엔딩'을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노력하며 절실하게 사랑해야 한다는 걸. 우리는 이제야 그 긴 여정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는 걸. 우리는 모두 사소한 존재들이다. 드넓은 세상 속 보잘 것 없이 작은 존재들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넓은 세상 속 어디라도 갈 수 있다.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 당신이 원하기만 한다면. 작은 모닥불 하나가 여러 온기가 되어 퍼지는 것처럼, 열정은 전염된다. 망망대해 같은 저마다의 인생 속 꿈의 여정에서, 타인의 것이었던 그 불씨는

[로맨스는 별책부록] 제12화 제목으로 첫 데이트는 어때?

사실은 더 근사한 방법으로 하고 싶었다. 오랫동안 담아온 고백도, 첫 데이트 신청도. 하지만 강단이는 항상 내 예상을 가뿐히 넘어서버린다. 겨우 밥 한 끼 밖에서 먹자는 말도 이렇게 설레는 이벤트로 만들어 버린다.  그동안 어떻게 은호와 손을 잡아왔던 걸까? 어떻게 은호와 어깨를 맞댄 채 걷고, 아무렇지 않게 웃을 수 있었던 걸까? 시선이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나 떨리는데. 숨기기 힘들 정도로 이렇게나 좋은데.  니가 내 옆에 있어서 다행이야! 우리 사이에 그 말보다 더 애틋한 말이 있을까. 이미 지나온 시간에도, 지금 이 순간에도, 앞으로 살아나갈 시간에도, 서로가 서로의 옆에 있을 거라는 사실. 그 사실이 나를 평생 설렘 속에 살게 만든다.  언제든 내 이름을 불러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언제든 내가 이름을 불렀을 때 나를 돌아보며 웃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 단순하고도 소박한 관계가 사실은 가장 얻기 힘든 관계라는 걸 안다. 이런 기적 같은 일이 내 옆에 있다니 놀랍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종종 넘어가기 힘든 인생의 허들을 만난다. 그 허들을 넘어가게 만드는 건 거창한 것이 아니다. 넌 할 수 있다고 외치는 다정한 사람들의 응원. 어떤 결과에 이르더라도 넌 잘 해낼 거라며 믿음을 실어주는 손길. 결국 우리는 서로의 사랑을 발판 삼아 각자의 허들을 넘어갈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강단이가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상처 받더라도 힘내. 내가 옆에서 이렇게 내내 보고 있었어! 이렇게 계속 보고 있을 거고. 出処:http://program.tving.com/tvn/bonusbook/19/Board/View?b_seq=13

[로맨스는 별책부록] 제11화 같이 있을 생각을 해야지, 왜 헤어질 생각을 해?

오늘의 내가 좋다면 내일이 되어서야 어제의 내가 좋았다고 말해주는 것도 괜찮아. 모든 시간이 사랑이었다고 뒤늦게 알아차려도 괜찮아.  어차피 사랑인 걸?  "이미 아주 오래전부터 사랑이라는 거, 내가 먼저 알았으니 내가 더 기다릴게. 다치지 않게 천천히 와. 늦어도 괜찮아. 그 시간만큼 마음이 더 깊어질 테니까."  누군가에게 선뜻 자신의 어깨를 내밀어 줄 수 있다는 것.  그것만큼 따뜻한 호의와 다정한 관계의 시작은 없을 것이다.  우리와 함께 자전거를 탈 때면 나는 일부러 속도를 늦추곤 했다.  저만치 멀리 달려간 강단이가 잠시 멈춰 서서 돌아보며 내게 어서 오라 손짓하는 게 좋아서.  내가 그녀의 마음에 들어가는 걸 허락하는 손짓인 것만 같아서.  나는 그게 그리도 좋았다.  내 마음속에 간직한 문장과 당신의 문장이 만나는 순간.  짧은 순간, 타인의 삶을 들여다 볼 때가 있다.  무심코 연 마음의 책장 속 한 문장을 나눌 때. 그 한 문장으로 우리는 울고 웃고 서로에게서 자신을 발견하면서, 그렇게 타인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간다.  모든 게 그대로인데 등 뒤로 몰래 잡은 손만이 평소와 다르다.  불안과 걱정들을 순식간에 녹여내는 애틋한 열기.  꾹 눌러 잡으면 화답하듯 마주 잡아오는 힘.  우리는 그렇게 마주 잡은 손으로 오래오래 마음을 나눴다. 출처:http://program.tving.com/tvn/bonusbook/19/Board/View?b_seq=12

[로맨스는 별책부록]제10화 가끔 오늘 같은 날이 있어

모든 책은 누군가를 향해 먼저 건네어지는 말들로 완성된다. 사람도 그렇다. 사람은 누군가에게 사랑받아서가 아니라, 누군가를 먼저 사랑함으로써 완성된다. 그렇기에 아름답다. 손이 잡히는 순간, 어째선지 은호 생각이 났다. 차가운 손을 덮혀주던 익숙한 온기가. 내 마음은 어디쯤 가 있는 걸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낡은 헌책방 구석에 하루 종일 숨어 있던 나를 은호가 기어이 찾아냈다. 어떻게 찾았냐는 물음에도 은호는 대답 없이 벅찬 숨을 고르며 눈물로 젖은 내 얼굴을 닦아주었다. "다음에 네가 사라지고 싶을 땐, 내가 꼭 찾아낼게." 내 말에 은호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난 사라지지 않을 거야. 잠시 떠나더라도, 항상 누나 곁으로 돌아올 거야." 은호는 여행을 떠나면 꼭 엽서 한 통을 보내곤 했다. 바람이 좋아서, 해당화가 예뻐서, 비가 내려서, 파도가 눈부시게 부서져서... '누나 생각이 났어. 그래서 보내.' 짧은 엽서는 항상 그렇게 끝을 맺었다. 살기 바빴던 내게 너의 그 말들은 둘도 없는 위로였는데... 내게 그 짧은 고백들을 써서 보낼 때, 그때의 넌 어땠을까. 외롭진 않았을까. 세상은 쉴 새 없이 변하고 있다. 그 세상에 속한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어디로 흘러갈지,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기에 우리의 인생은 매 순간 놀라움으로 가득하다. 갑자기 바람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 저기 있는 나무의 흔들림이 멈추는 것, 온 세상이 캄캄해졌다가 다시 환해지는 것, 찰나가 영원처럼 느껴지는 것, 함께 해 온 시간들이 그 영원 안애 담겨지는 것. 입맞춤이란 그런 거였다. 출처: http://program.tving.com/tvn/bonusbook/19/Board/View?b_seq=11 이종석, 이나영, 위하준, 정유진, 로맨스는 별책부록

[로맨스는 별책부록] 제 9화 그 오래된 책이 마치 처음 읽는 책처럼

꼬리말 오래된 마음을 전하는 일은 고문서를 해독하는 일만큼이나 힘든 일이다. 시간의 흐름에 때라 품은 뜻이 달라지곤 하는 언어로 차곡차곡 쌓여온 외로운 사랑의 역사를 어찌 다 전할 수 있을까. 그래서 자꾸 주고 싶은 것이 늘어가는 지도 모른다. 당신의 향기를 닮은 꽃 몇 송이. 차가운 손을 덥혀줄 수 있는 손난로.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당신의 등을 지켜봐주는 일... 그렇게 외로운 사랑의 역사는 더 깊어져간다. 로맨스 만화와 소년 만화. 향긋한 허브티와 쌉싸름한 커피. 루이제 린저와 로버트 하인라인. 달콤한 초콜릿과 담백한 비스킷. 뜨거운 여름과 차가운 겨울. 강아지와 고양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너무나도 달랐던 우리. 하지만 이제는 모두 사랑해 마지 않는 것들. 그렇게 내 세상은 사랑하는 너로 인해 더 풍성해진다. 어떤 한 순간을 누군가와 공유한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그 순간이 그저 우연일 뿐이라 하더라도 그 우연의 순간을 받아들이는 이들의 마음이 열려있다면, 순간은 또 다른 가능성으로 길을 뻗는다. 모두가 좋다고 하는 책이라도 나에겐 어떠한 감흥도 주지 못하는 책일 수 있다. 우리는 저마다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벅차게 하는, 몰두하게 하는 책을 찾아야 한다. 그 속에서 저마다의 길을 찾아 평생을 헤매야 한다. 당신이 고른 책 속에는 분명 당신만이 발견할 수 있는 놀라운 모험이 가득할 테니까. 어떤 일도 그냥 일어나지는 않는다. 시작을 해야 끝을 알 수 있고, 뛰어들어야 깊이를 알 수 있다. 모두 알고는 있지만 어려운 그 명제를, 강단이는 매 순간 이렇게 눈부시게 증명해낸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읽는 걸 좋아하게 되자 쓰는 걸 좋아하게 되는 것도 금방이었다. 내 첫 소설을 본 선생님은 누구도 쓰지 않을 문제가 많는 글이라고 했다. 쓰는 것을 체념할 쯤 강단이가 밀쳐둔 내 글을 보곤 호탕하게 웃었다. "누구도 쓰지 않을 글이면 더 좋은 거 아냐? 차은호 너만이 쓸 수 있는 글이란 거잖아!" 그 빛나던 눈동자. 강단

[ 로맨스는 별책부록] 제 8화 그 뜨거운 손길은 꿈이었을까

많은 시간들을 함께 보냈어도 서로가 간직하는 기억은 다르다. 감정도 마찬가지다. 많은 순간들이 내겐 사랑이었지만 그녀에게는 아니었듯이.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더 아프고 더 애틋하다. 아마도 은호는 모를 거다. 맞은편에 은호가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내가 이런 표정으로 웃을 수 있다는 것을. 어젠 없었던 것을 오늘 만들어낸다는 자부심. 우리의 노력이 누군가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는 믿음. 그 믿음이 우리 삶의 원동력이 되어 생겨나는 일상의 기쁨. 한 권의 책을 만든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제대로 읽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장에 이르러서야 여태까지 읽어온 것들이 사실 오독이었음을 깨달을 때가 있다. 다시 맨 앞장으로 돌아간다 해도 이미 지금의 나는 처음 책을 펼쳤을 때의 나와 같아질 수 없음 또한 깨닫게 된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때는 읽히지 않던 것들이 읽힐 수 있다. 독서란 그런 것이다. 인생이란 그런 것이다. 새로운 책을 펼칠 때의 기분은 가장 좋아하는 것들로만 가득한 방을 눈앞에 둔 것과 같다. 첫 장을 넘길 때의 그 설렘, 눈앞에 펼쳐지는 새롭고도 낯선 풍경에 대한 경이, 그 방에서만 언제까지고 오래오래 지내고 싶은 그 기분. 그래서 서점이나 도서관에 들른 날은 항상 귀가가 늦었다. 못 참고 버스 안에서 열어버린 그 방에서 좀처럼 빠져나오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저마다 터널을 지난다. 오랜 시간 헤매는 자가 있고, 보다 빨리 걸어 나오는 자가 있다. 까만 어둠 속에서 함께 속도를 맞추자며 손을 뻗는 사람도 있다. 더듬대며 찾아 잡은 손의 온기, 그 온기 하나에 우리는 두려움을 잊고 또 살아간다. 언젠가 함께 보러 간 바다에 또 가고 싶다고 하자 강단이는 또 가면 되지 뭐가 걱정이냐고 말했다. 내가 보고 싶은 건 바다가 아니라 그때의 강단이라는 것도 모르고. 나는 오늘의 강단이도 오랫동안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아마 강단이는 또 모르겠지만. 출처:  http://progra

[로맨스는 별책부록] 제 7화 나 여기서 기다린다고 전해줘요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고독 속에서 꿋꿋이 가지를 뻗어나가는 나무들이다. 태울 듯 내리쬐는 태양과 전부를 뒤흔드는 태풍 속에서도 지지 않고 싹을 틔워내고 열매를 맺는 나무들이다. 그렇게 우리는 모두 저마다 인생이란 나이테를 깊게 새겨나가는, 아름다운 나무들이다. 아직도 가끔 떠오른다. 내가 은호의 생명을 구하고 병원에 갓 입원했을 때, 휠체어를 타고 과자며 만화책을 가져오면서도 이따금씩 소중히 꺾어왔던 들풀 몇 송이. 그 꽃송이를 내밀던 작은 손과 수줍게 웃던 내 귀여운 꼬붕의 얼굴. 날 저절로 웃음 짓게 만드는 추억. 내 시선의 끝엔 항상 강단이가 있다. 혼자서 빛나는 법을 잘 아는 사람. 항상 열심히 행복할 줄 아는 사람. 항상 같은 자리에서 반짝이는 북극성 같은 사람. 손 뻗으면 닿을 곳에 있는 누군가의 삶. 귓가에 속삭이듯 들려오는 이야기들. 하나하나 시선을 마주하며 교감할 수 있는 시간들. 작은 서점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들. 어떤 관계는 원치 않아도 맺어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맺어진 인연은 얼기설기 이어진 세상 속 어떤 비밀을 푸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기쁨, 설렘, 질투, 고통, 아픔... 그 모든 감정을 가르쳐주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나는 강단이를 통해 그런 단어들의 뜻을 배웠다. 하나하나 허투루 지나치는 법 없이. 깊고 아프게. 못 견딜 정도로 다정하게. 삼십칠년을 살고 다시,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나를 기쁘게 하는 게 뭔지 찾아나가고 있다. '강단이' 내 이름으로 불리는 게 기쁘다. 새로운 사람과 만나는 게 즐겁다. 문득문득 웃는 나를 발견하고 놀란다. 강단이, 요즘 웃는 날이 많구나. 출처:  http://program.tving.com/tvn/bonusbook/19/Board/View?b_seq=8

[로맨스는 별책부록] 제 6화 이미 안다고 생각하는 것도 다시 처음부터

어느 순간 깨달았다. 이 사람과 인연이 길 것 같다고. 이 사람을 계속 응원할 것 같다고. 먼 길을 함께 걷는 친구가 돼버렸다고. 다른 남자와 있는 강단이가 싫다. 내 속에 숨어있던 질투심을 본다. 나는 강단이 앞에서 자꾸 바보가 된다. 어느 휴일, 우리는 산을 올랐다. 앞서가는 백발의 할아버지를 보는 강단이는 내 얼굴을 빤히 보다가 깔깔 웃었다. "너 늙으면 되게 웃길 거 같아" 나는 가볍게 흘기며 대꾸했다. "누나가 먼저 늙겠지" 몇 분근 티격태격하다가, 둘 다 늙으면 사진관에 가자는 이야기를 했다. 어쩌면, 책 만드는 건 미련한 일일지도 모른다. 정보가 쏟아지는 세상에서, 삼년 동안 글을 쓰고, 육 개월 간 오타를 찾는 사람들. 세상이 급변하며 휘청일 때, 무너지지 않는 건 이런 사람들이 버텨주기 때문일 수 있다. 판권면에 강단이 이름이 빠졌다. 눈물을 흘리지도, 화를 내지도 못하는 그녀를 보며 마음이 아팠다. 손을 잡고 그녀를 빼오고 싶었지만, 내 역할은 그게 아니란 걸 안다. 나는 넘어져서 까진 무릎이 덧나지 않게, 연고를 발라주기만 하면 된다. 믿고 있다, 강단이는 스스로 일어나 다시 나아갈 거란 걸. 강단이는 모른다. 내가 무슨 마음으로 동네 친구를 만나지 말라고 하는지 어떤 감정으로 내가 있는 곳이 누나 집이라고 소리치는지 그녀의 짧은 말로 내 기분이 얼마나 오르락내리락하는지. 강단이는 모른다. 어떤 날은 그 사실이 사무쳐 아리지만, 그날이 아닌 모든 날은 강단이와 함께하고 있음에 그저 감사하다. 판권면에 내 이름이 빠졌다. 다시 시작한다, 빛이 나지 않는 일부터. 나한테 주어진 일부터. 다시 일을 배운다. 이미 안다고 생각하는 것도 다시 처음부터. 나는 신입사원이니까. 출처:  http://program.tving.com/tvn/bonusbook/19/Board/View?b_seq=7

[로맨스는 별책부록] 제 5화 나도 궁금해 내마음이

긴 장마 후의 햇살, 침대 옆에 놓은 작은 꽃다발, 문득 받은 초콜릿, 마주 앉아 밥을 먹는 우리. 존재가 선물인 관계가 있다. 우리가 그렇다. 남은 내 인생은 반짝이는 순간이 영영 지나고 남은 빛바랜 자국이 아닐까 불안했다. 도전할 날이 많다고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문득, 더는 달리지 못할 거란 두려움이 있었다. 다시 달릴 수 있을 것 같다. 강단이의 마음이 궁금할 때면 그녀가 읽은 책을 펼쳤다. 종이 위에 그녀가 웃고, 울고, 자신을 되돌아 본 문장이 있다. 나는 강단이가 어떤 마음으로 이 문장에 밑줄을 그었을까 궁금해하며, 그 감정을 느껴보려 애쓰며 책 한 권을 읽어나간다. 강단이가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그녀를 더 알아간다. 출판사 입사 초기, 해내야 할 일에 몸이 지치고 있었다. 수화기 너머로 요즘 힘드냐고 몇 번 묻던 강단이는, 어느 주말 갑자기 집에 찾아왔다. 그녀의 손에 끌려 아무 버스나 탔다. 어디로 가는지, 어디서 내릴지 모르고 몸을 맡겼다. 창밖으로 이름 모를 호수가 보였다. "여기 좋다."라고 내가 말하는 순간 강단이가 정차 버튼을 눌렀다. 첫 월급을 받은 기념으로 은호와 놀러갔다. 내가 추위를 많이 타는 걸 아는 은호는, 수시로 내 손을 잡는다. 차가운 손에 온기를 불어주는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건, 편안하고 행복하다. 은호와 있으면 문득, 이 순간이 계속되길, 하루가 더 길어지길 바라게 된다. 삶이 버거운 날, 은호에게 전화를 했다. 낮은 내 목소리를 듣고 힘든 일이 있다는 걸 눈치채지만,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우리는 실없는 대화를 나누다 전화를 끊는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처음 맞는 생일이었다. 텅 빈 집을 생각하고 들어서는데, 보글보글 찌개 끓는 소리와 구수한 참기름 냄새가 났다. 강단이가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있었다. "누나 일 바쁘잖아" 묻자, 그녀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내 인생 최고의 생일이었다. 출처 :  http://program.tving.com/tvn/bonusbook/19

[로맨스는 별책부록] 제 4화 모든 이들이 내게 등을 돌려도

사랑한다고 말하는 대신에 달이 아름답다고 말했다. '나는 너에게 어떤 사람이야?' 묻고 싶었지만 노래를 불러 달라고 말했다. 그런 밤이 있다. 마음을 감춘 채 다가가고 싶은 밤. 말하지 않으면서 내 마음을 알아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밤. 우리는 모두 서가에 꽂힌 책과 같은 존재다. 누군가 발견해 주기를 기다리고, 누군가 내 안을 펼쳐봐 주기를 바란다. 강단이가 성큼, 더가오자 순식간에 몸이 굳었다. 입가를 닦는 손수건에 이 떨림이 담길까 조마조마했다. 강단이가 많이 취했기를, 그래서 바보 같은 내 표정을 못 보길 바랐다. 한결 차가워진 바람, 멀리 서있는 가로등, 낙엽이 날리는 빈 거리를 보면서 문득 깨달았다. 내가 강단이를 이미 오래전부터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이 회사에 들어와 '사람'을 배운다. 사람과 사람은 얽히면서 '서로'가 되어가고 '우리'가 되어간다는 것을. 다른 사람하고 상관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좋아하는 사람 집에 다녀왔어" 우리는 거침없이 떠들고, 어색함 없이 침묵한다. 상대가 말이 많다고 진심을 드러내는 게 아니란 걸. 침묵한다고 마음을 감추는게 아니란 걸 안다. 어젯밤 어디 다녀왔냐는 강단이의 질문에, 고개를 숙이고 답했다. 그녀에게 마음을 읽힐까 두려웠다. 알아버린 이상, 그 전으로 결코 돌아가지 못하는 비밀이 있다. 스스로 짐을 나눠지겠다고 선택했지만, 이따금 그날의 선택을 후회한다. 어리고, 어리석고,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던 때로 돌아가고 싶었다. 출처:  http://program.tving.com/tvn/bonusbook/19/Board/View?b_seq=5

[로맨스는 별책부록] 제 3화 사람들이 내 이름을 불러

우리가 아직 어렸을 때, 강단이와 나는 병원의 옥상에서 풍선을 날렸다. 안에 병원의 주소와 내 이름을 쓴 쪽지를 넣어서. 풍선이 도착한 곳에 살고 있는 누군가가 내게 답장을 써주길 바라면서. 학교에서 돌아와 강단이의 병실로 가면 매번 답장이 와 있었다. 그땐 그게 강단이가 쓴 답장이란 걸 모르고 좋아했다. 술에 취하면 습관적으로 택시를 탄다. 그리고 그녀의 주소를 말해버린다. 그러면 마음을 놓고 잠이 든다. 눈을 뜨면 그녀가 사는 곳에 내가 도착해 있을 테니까. 강단이는 나와 정반대의 사람이다. 나는 부끄러울 때 얼굴이 빨개지는데, 강단이는 시원하게 웃는다. 그녀는 언제나, 나와 다른 그 자체로 아름답다. 나는 강단이가 곁에서 멀어졌을 때 '그리움'이런 단어의 뜻을 알았다. 그전엔 그리움이 단순히 보고 싶다는 말과 같은 건 줄 알았다. 아니었다. 함께 보냈던 시간들을 다시 되새기고, 이미 잊어버렸던 순간들을 다시 떠올리고, 그때 못한 말을 후회하고, 다시 되돌려 상상하는 일... 그리움은 또 다른 사랑이었다. 언젠가 나는 책에 밑줄을 긋는 은호에게 말했다. "나중에 커서 지금 밑줄을 그은 부분을 다시 읽어봐. 그럼 그 사이에 네가 얼마나 어른이 됐는지, 얼마나 변했는지 알게 될 거야!" 그랫더니 은호가 물었다. "우린 그때도 같이 있겠지?" 언제나 놀라운 여자였다. 상처 받았으나 상처받지 않았고, 지쳤지만 쓰러진 채 누워있지 않았다. "강단이 씨, 강단이, 단이야." 몇 번이나 내 이름을 불러주는 은호 때문에 나는 계속 웃는다. 은호와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은호의 집으로 들어온 건 정 말 잘한 일이다. 출처:  http://program.tving.com/tvn/bonusbook/19/Board/View?b_seq=4

[로맨스는 별책부록] 제 2화 우리집에 숨어 살았어?

오랜 시간 함께한 둘 사이에는, 전하려 애쓰지 않아도 전해지는 마음이 있다. 묵묵하고 절대적인 계절의 변화를 거치며, 촘촘히 깊이를 더하는 나이테처럼, 그저 마주보고 웃었을 뿐인데 밀려드는 서로의 감정이 있다. 난 특별하지 않다. 혼자선 무엇도 할 수 없다는 걸 안다. 그렇기에 타인에게 손을 뻗는다. 다시 한 번, 세상에 손을 뻗는다. 붙잡아 달라고, 나와 같이 걸어달라고, 함께 살아가자고. "합격입니다" 그 한마디가 내겐 다시 세상에 들어와도 된다는 허락 같았다. 오랜 시간 팔 아프게 뻗고 있던 손을 누군가 다시 잡아준 기분이었다. 강단이에게 무슨 일인가 생겼다. 내가 모르는 일이. 왜 이렇게 늦게 눈치 챘을까. 수화기 너머 그녀의 목소리를 왜 더 세심히 듣지 못했을까. 왜 더 질문하지 않고, 왜 더 .. 나를 향한 질문이 끝없이 이어진다. 목이 바짝 마른다. 웃으면 그렇게 예쁜데. 사실 웃지 않아도 아름답다. 호기심이 가득한 눈망울과 톡 터지는 감탄사, 생동감 넘치는 못짓애 눈을 뗄 수가 없다. "단이야, 이제부턴 행복하게 살아봐. 너가 하고 싶은 게 뭔지, 좋아하는게 뭔지 다시 찾아봐." 나에게 관대하고 친절했던 세상이, 강단이에게 삭막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미어졌다. 보이는 풍경이 다른 건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다. 인생에 나눠 질 수 없는 짐이 있다는 사실에 마음 이 아린다. 나는 조금이라도 당신의 짐을 느껴보겠다고 애쓴다. 손을 잡고, 눈을 마주하고, 당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출처:  http://program.tving.com/tvn/bonusbook/19/Board/View?b_seq=3

[로맨스는 별책부록] 제 1화 아는 누나, 강단이

"가고 싶은 곳 있으면 말해, 어디든 데려다 줄게." 그날.. 은호가 가자는 데로 어딘가, 다른 먼 나라를 가버렸다면, 지금의 나와는 다른 내가 되어 있을 것이다. 지치지 말자 강단이. 손으로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웃지 않으면 다가올 어둠이 두려워서, 있는 힘껏 햇살을 끌어 모았다. '예뻐' 작게 속삭였다. 강단이는 알아듣지 못했는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빛나지 않아도, 향이 연해도, 색이 흐려도 강단이는 강단이라서 아름다웠다. 언제나. "울지마, 강 단 이. 괜찮아 강단이. 잘 버티고 있어, 강단이." 단순한 위로 한 줄이 그리웠다. 힘든 날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내 안에 뿌리를 박고, 가지를 뻗고, 다정히 잎을 피워서 도려낼 수 없는 나무 같은 사람이 있다. 고통스러울때마다 은호의 이름을 떠올렸다. 기대고 싶었으나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아서 그저, 그 이름을 떠올리기만 했다. 은호는 내게 이름만으로 위로가 되는 사람이었다. 눈물을 많이 흘린 날이었다. 누군가 갑자기 나타나 인생을 구원한다는 어린 시절 동화는 그저 동화일 뿐이란 걸, 뼈가 저리게 느낀 날이었다. 그 추운 날 당신이 손을 내밀었다. 별것 아닌 듯, 아무렇지 않게 뻗은 손엔 온기가 있었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 밝은 세상으로 나왔을 때. 우리는 그저, 손을 잡고 있었다. 시원한 바람과 따스한 햇살 속에서 웃고, 뛰었다. 앞으로 펼쳐질 미래에 대한 불안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출처:  http://program.tving.com/tvn/bonusbook/19/Board/View?b_seq=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