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는 별책부록] 제 6화 이미 안다고 생각하는 것도 다시 처음부터


어느 순간 깨달았다.
이 사람과 인연이 길 것 같다고.
이 사람을 계속 응원할 것 같다고.
먼 길을 함께 걷는 친구가 돼버렸다고.

다른 남자와 있는 강단이가 싫다.
내 속에 숨어있던 질투심을 본다.
나는 강단이 앞에서 자꾸 바보가 된다.

어느 휴일, 우리는 산을 올랐다.
앞서가는 백발의 할아버지를 보는 강단이는 내 얼굴을 빤히 보다가 깔깔 웃었다.
"너 늙으면 되게 웃길 거 같아" 나는 가볍게 흘기며 대꾸했다.
"누나가 먼저 늙겠지" 몇 분근 티격태격하다가,
둘 다 늙으면 사진관에 가자는 이야기를 했다.

어쩌면, 책 만드는 건 미련한 일일지도 모른다.
정보가 쏟아지는 세상에서, 삼년 동안 글을 쓰고,
육 개월 간 오타를 찾는 사람들. 세상이 급변하며 휘청일 때,
무너지지 않는 건 이런 사람들이 버텨주기 때문일 수 있다.

판권면에 강단이 이름이 빠졌다.
눈물을 흘리지도, 화를 내지도 못하는 그녀를 보며 마음이 아팠다.
손을 잡고 그녀를 빼오고 싶었지만, 내 역할은 그게 아니란 걸 안다.
나는 넘어져서 까진 무릎이 덧나지 않게, 연고를 발라주기만 하면 된다.
믿고 있다, 강단이는 스스로 일어나 다시 나아갈 거란 걸.

강단이는 모른다.
내가 무슨 마음으로 동네 친구를 만나지 말라고 하는지
어떤 감정으로 내가 있는 곳이 누나 집이라고 소리치는지
그녀의 짧은 말로 내 기분이 얼마나 오르락내리락하는지.
강단이는 모른다.
어떤 날은 그 사실이 사무쳐 아리지만,
그날이 아닌 모든 날은 강단이와 함께하고 있음에
그저 감사하다.

판권면에 내 이름이 빠졌다.
다시 시작한다, 빛이 나지 않는 일부터. 나한테 주어진 일부터.
다시 일을 배운다. 이미 안다고 생각하는 것도 다시 처음부터.
나는 신입사원이니까.

출처: http://program.tving.com/tvn/bonusbook/19/Board/View?b_seq=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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