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는 별책부록] 제 5화 나도 궁금해 내마음이


긴 장마 후의 햇살, 침대 옆에 놓은 작은 꽃다발,
문득 받은 초콜릿, 마주 앉아 밥을 먹는 우리.
존재가 선물인 관계가 있다. 우리가 그렇다.

남은 내 인생은 반짝이는 순간이
영영 지나고 남은 빛바랜 자국이 아닐까 불안했다.
도전할 날이 많다고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문득, 더는 달리지 못할 거란 두려움이 있었다.
다시 달릴 수 있을 것 같다.

강단이의 마음이 궁금할 때면 그녀가 읽은 책을 펼쳤다.
종이 위에 그녀가 웃고, 울고, 자신을 되돌아 본 문장이 있다.
나는 강단이가 어떤 마음으로 이 문장에 밑줄을 그었을까 궁금해하며,
그 감정을 느껴보려 애쓰며 책 한 권을 읽어나간다.
강단이가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그녀를 더 알아간다.

출판사 입사 초기, 해내야 할 일에 몸이 지치고 있었다.
수화기 너머로 요즘 힘드냐고 몇 번 묻던 강단이는, 어느 주말 갑자기 집에 찾아왔다.
그녀의 손에 끌려 아무 버스나 탔다.
어디로 가는지, 어디서 내릴지 모르고 몸을 맡겼다. 창밖으로 이름 모를 호수가 보였다.
"여기 좋다."라고 내가 말하는 순간 강단이가 정차 버튼을 눌렀다.

첫 월급을 받은 기념으로 은호와 놀러갔다.
내가 추위를 많이 타는 걸 아는 은호는, 수시로 내 손을 잡는다.
차가운 손에 온기를 불어주는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건, 편안하고 행복하다.
은호와 있으면 문득, 이 순간이 계속되길, 하루가 더 길어지길 바라게 된다.

삶이 버거운 날, 은호에게 전화를 했다.
낮은 내 목소리를 듣고 힘든 일이 있다는 걸 눈치채지만,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우리는 실없는 대화를 나누다 전화를 끊는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처음 맞는 생일이었다.
텅 빈 집을 생각하고 들어서는데, 보글보글 찌개 끓는 소리와 구수한 참기름 냄새가 났다.
강단이가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있었다.
"누나 일 바쁘잖아" 묻자, 그녀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내 인생 최고의 생일이었다.

출처 : http://program.tving.com/tvn/bonusbook/19/Board/View?b_seq=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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