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는 별책부록] 제 4화 모든 이들이 내게 등을 돌려도


사랑한다고 말하는 대신에 달이 아름답다고 말했다.
'나는 너에게 어떤 사람이야?' 묻고 싶었지만 노래를 불러 달라고 말했다.
그런 밤이 있다. 마음을 감춘 채 다가가고 싶은 밤.
말하지 않으면서 내 마음을 알아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밤.

우리는 모두 서가에 꽂힌 책과 같은 존재다.
누군가 발견해 주기를 기다리고, 누군가 내 안을 펼쳐봐 주기를 바란다.

강단이가 성큼, 더가오자 순식간에 몸이 굳었다.
입가를 닦는 손수건에 이 떨림이 담길까 조마조마했다.
강단이가 많이 취했기를,
그래서 바보 같은 내 표정을 못 보길 바랐다.

한결 차가워진 바람, 멀리 서있는 가로등,
낙엽이 날리는 빈 거리를 보면서 문득 깨달았다.
내가 강단이를 이미 오래전부터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이 회사에 들어와 '사람'을 배운다.
사람과 사람은 얽히면서 '서로'가 되어가고 '우리'가 되어간다는 것을.
다른 사람하고 상관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좋아하는 사람 집에 다녀왔어"
우리는 거침없이 떠들고, 어색함 없이 침묵한다.
상대가 말이 많다고 진심을 드러내는 게 아니란 걸.
침묵한다고 마음을 감추는게 아니란 걸 안다.

어젯밤 어디 다녀왔냐는 강단이의 질문에, 고개를 숙이고 답했다.
그녀에게 마음을 읽힐까 두려웠다.

알아버린 이상, 그 전으로 결코 돌아가지 못하는 비밀이 있다.
스스로 짐을 나눠지겠다고 선택했지만, 이따금 그날의 선택을 후회한다.
어리고, 어리석고,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던 때로 돌아가고 싶었다.

출처: http://program.tving.com/tvn/bonusbook/19/Board/View?b_seq=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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