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는 별책부록] 제 7화 나 여기서 기다린다고 전해줘요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고독 속에서 꿋꿋이 가지를 뻗어나가는 나무들이다.
태울 듯 내리쬐는 태양과 전부를 뒤흔드는 태풍 속에서도
지지 않고 싹을 틔워내고 열매를 맺는 나무들이다.
그렇게 우리는 모두 저마다 인생이란 나이테를 깊게 새겨나가는, 아름다운 나무들이다.

아직도 가끔 떠오른다.
내가 은호의 생명을 구하고 병원에 갓 입원했을 때,
휠체어를 타고 과자며 만화책을 가져오면서도 이따금씩 소중히 꺾어왔던 들풀 몇 송이.
그 꽃송이를 내밀던 작은 손과 수줍게 웃던 내 귀여운 꼬붕의 얼굴.
날 저절로 웃음 짓게 만드는 추억.

내 시선의 끝엔 항상 강단이가 있다.
혼자서 빛나는 법을 잘 아는 사람.
항상 열심히 행복할 줄 아는 사람.
항상 같은 자리에서 반짝이는 북극성 같은 사람.

손 뻗으면 닿을 곳에 있는 누군가의 삶.
귓가에 속삭이듯 들려오는 이야기들.
하나하나 시선을 마주하며 교감할 수 있는 시간들.
작은 서점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들.
어떤 관계는 원치 않아도 맺어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맺어진 인연은
얼기설기 이어진 세상 속 어떤 비밀을 푸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기쁨, 설렘, 질투, 고통, 아픔...
그 모든 감정을 가르쳐주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나는 강단이를 통해 그런 단어들의 뜻을 배웠다.
하나하나 허투루 지나치는 법 없이. 깊고 아프게.
못 견딜 정도로 다정하게.

삼십칠년을 살고 다시,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나를 기쁘게 하는 게 뭔지 찾아나가고 있다.
'강단이' 내 이름으로 불리는 게 기쁘다. 새로운 사람과 만나는 게 즐겁다.
문득문득 웃는 나를 발견하고 놀란다.
강단이, 요즘 웃는 날이 많구나.

출처: http://program.tving.com/tvn/bonusbook/19/Board/View?b_seq=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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